2부 청춘 시절 · 50화
2026-10-24
처음으로 크게 서럽거나 억울했던 일, 그리고 어떻게 이겨냈는지 들려주세요.
반장한테 뺨을 맞았어. 최영자라고. 내가 낸 물건에 불량이 나왔다고. 이백 명 앞에서.
나는 그날 내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어. 옆 라인 거였어. 근데 말을 못 했어.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냐 하면 그게 또 아니야. 미싱을 나한테 가르쳐 준 게 그 사람이야. 시다한테 미싱 안 가르쳐 줘, 원래. 그 사람도 사정이 있었겠지. …됐어, 그만하자.
육구년 가을이야. 내가 열일곱.
아직 시다일 때고, 반장한테 몰래 미싱을 배우기 시작한 지 두 달쯤 됐어.
그날 아침 조회에 불량품이 나왔어.
바이어한테 물건이 갔다가 반품이 온 거야. 그러면 공장이 물어야 돼.
반장이 이백 명을 세워 놓고 그 물건을 들었어.
"이거 누가 한 거여."
아무도 대답을 안 해.
그러다 나를 불렀어.
"박후남."
나는 나갔어.
내 앞에서 그 물건을 흔들었어.
"니가 했지."
나는 그게 내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
박음질이 다르거든. 나는 시작할 때 두 번 되박는데 그건 한 번만 돼 있어.
옆 라인 거야.
"아닌데요."
그 말을 하려고 했어. 입까지 나왔어.
그런데 안 나왔어.
뺨을 맞았어.
한 대. 오른쪽.
이백 명이 다 봤어.
소리가 났어. 미싱이 다 멈춰 있으니까 소리가 크게 났어.
나는 안 울었어.
고개를 들고 있었어. 그건 기억이 나.
자리로 돌아와서 미싱을 돌리는데 손이 떨렸어. 그날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어.
저녁에 반장이 나를 남기라고 했어.
미싱 가르쳐 주는 날이었거든.
나는 안 남고 싶었어. 그런데 남았어.
반장이 아무 말도 안 하고 미싱 앞에 앉혔어.
그러고 평소처럼 가르쳤어. 삼십 분을.
끝나고 나가려는데 뒤에서 그러더라고.
"내일도 남아."
그게 다야.
미안하다는 말도 없고, 아까 그건 니 게 아니었다는 말도 없고.
나는 그 사람이 알고 있었다고 생각해.
내 게 아니라는 걸.
근데 누구든 하나는 세워야 됐던 거야. 안 그러면 자기가 위에서 맞으니까.
그 사람도 열넷에 공장에 들어왔대.
나보다 두 살 어릴 때.
나중에 들었어.
「그 사람도 사정이 있었겠지.」
이 말을 오십칠 년 동안 했어.
진심이냐고 물으면… 반은 진심이고 반은 아니야.
반은 아직도 그날 뺨이 얼얼해.
…됐어, 그만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