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어린 시절 · 12화
2026-09-16
부모님께 크게 혼난 기억이 있나요? 무슨 일이었어요?
성호를 업고 있다가 떨어뜨렸어. 다섯 살 아래니까 내가 열 살, 걔가 다섯 살인가. 마루에서 떨어졌는데 이마가 찢어져서 피가 나.
아버지가 나를 마당에 세워 놓고 작대기로 종아리를 때리는데, 어머니가 붙잡고 안 놔.
그때 아버지가 뭐라 그랬냐면, '아들이여!' 그러더라고. 딸이었으면 안 때렸을 거란 소리지. 그 말을 육십 년을 기억해.
성호는 무거웠어.
다섯 살인데 잘 먹어서 또래보다 컸어. 나는 열 살이고 마른 편이었고. 업으면 엉덩이가 내 허리 아래로 처져서 자꾸 흘러내려. 그럼 무릎을 굽혔다 펴면서 추슬러 올려야 돼.
그날은 마루에서 그걸 했어.
한 번 추슬렀는데 성호가 뒤로 젖혔어. 뭘 봤는지 모르겠어. 나는 손을 놓친 게 아니고 같이 넘어갔어. 성호가 먼저 떨어지고 내가 그 위로.
마루가 높지도 않아. 한 뼘 반쯤. 근데 이마가 마루 끝 모서리에 걸렸어.
피가 나는데 그게 참 빨개.
어머니가 뛰어나오셔서 성호를 안고 헝겊으로 누르셨어. 나는 그 옆에 서 있었어. 아무 말도 못 하고.
아버지가 마당에서 들어오셨어.
나를 보시더니 마당으로 나가라고 하셨어. 그러고 헛간에서 작대기를 가져오셨지.
종아리를 몇 대 맞았는지는 기억이 안 나. 세다가 말았어. 어머니가 성호를 내려놓고 뛰어나와서 아버지 팔을 붙잡으셨는데 안 놓으셨어. 두 분이 그렇게 붙어 있는데 아버지가 소리를 지르셨어.
"아들이여!"
나는 그 두 글자를 육십 년 기억해.
맞은 건 아파도 잊어. 종아리가 어떻게 부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 근데 그 소리는 안 잊혀.
그 말이 무슨 뜻이냐면, 딸이었으면 안 때렸을 거라는 소리야. 성호가 아니라 언니가 떨어졌으면 작대기를 안 가져오셨을 거라는 소리고.
열 살이 그걸 알아들어.
나중에 나도 애를 셋 키웠어. 현수가 중삼에 집을 나갔을 때 손을 들었다가 못 내렸어. 그때 그 마당이 생각났어. 내가 저 자리에 서 있었지 하고.
성호는 이마에 흉이 남았어. 지금도 왼쪽 눈썹 위에 하얗게 있어.
명절에 오면 나는 그 흉을 봐. 걔는 자기가 어쩌다 그랬는지 몰라. 물어본 적도 없고.
한 번도 말 안 했어. 말해 봐야 걔가 미안해할 텐데, 걔 잘못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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