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어린 시절 · 14화
2026-09-18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계세요?
육 학년 담임. 성함이 기억이 안 나. 그 양반이 졸업식 전날에 나를 부르더니, 후남이 너는 중학교 가야 하는데 그러시더라고.
그러고는 아무 말도 안 해. 나도 아무 말 안 했어. 서로 알잖아. 갈 돈이 없다는 걸.
그 양반이 미안해서 그랬던 거 같아. 미안할 일도 아닌데.
육 학년 담임 선생님은 남자분이셨어.
키가 크지 않고 안경을 쓰셨고 목소리가 낮았어. 화를 안 내셨어. 그 시절에 애를 안 때리는 선생님은 드물었는데 그 양반은 안 때리셨어.
성함이 기억이 안 나. 육십 년이 지났으니까. 얼굴은 아직 있는데 이름이 없어.
졸업식 전날에 나를 부르셨어.
교무실이 아니고 교실이었어. 애들 다 가고 나 혼자 남았지. 선생님이 창가에 서 계셨어.
"후남아."
"예."
"너는 중학교 가야 하는데."
그러고 말씀을 안 하셨어.
나도 아무 말을 안 했어.
그 침묵이 얼마나 됐는지 몰라. 한 삼십 초쯤 됐을 거야. 근데 나는 그 삼십 초를 육십 년 기억해.
서로 아는 거야. 갈 돈이 없다는 걸.
선생님이 그걸 모르고 하신 말씀이 아니고, 아시면서 하신 거야. 아시니까 그다음 말을 못 하신 거고.
나중에 생각하니까 그 양반이 미안하셨던 것 같아. 미안할 일이 아닌데. 우리 집 형편이 그 양반 잘못이 아니잖아.
근데 어른이 아이한테 미안한 게 꼭 자기 잘못이라서만은 아니더라고. 나도 우리 미영이한테 그랬으니까.
"가 봐라."
그게 마지막 말씀이었어.
나는 인사하고 나왔어. 교실 문을 닫고 복도를 걸어 나오는데 다리가 떨렸어. 왜 떨렸는지 모르겠어. 혼난 것도 아닌데.
이듬해 봄에 그 학교 앞을 지나갔어. 남의 집 일 다니느라. 운동장에 애들이 있고 그 선생님이 서 계신 게 보였어.
나는 고개를 숙이고 지나갔어.
인사를 못 하겠더라고. 지금 생각하면 그게 제일 후회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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