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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어린 시절 · 15화

우물가에서

2026-09-19

질문

어릴 적 단짝 친구는 누구였나요? 지금도 소식을 아세요?

답

옥자라고 있었어. 방앗간 집 딸. 걔는 중학교를 갔어.

교복 입고 지나가는 걸 내가 우물가에서 봤는데, 걔도 나를 보고, 나도 걔를 보고, 서로 인사를 안 했어.

그러고 끝이야. 소식? 모르지. 아마 어디서 잘 살 거야.

옥자는 나하고 육 년을 같이 다녔어.

방앗간 집 딸이야. 그 집은 우리보다 나았어. 방앗간이 있으니까 현금이 들어오거든. 농사만 짓는 집하고 다르지.

그래도 우리는 똑같이 놀았어. 공기도 하고 사방치기도 하고. 걔는 공기를 나한테 늘 졌어. 그거 하나는 내가 나았어.

옥자가 나한테 자기 도시락을 나눠 준 적이 있어. 계란이 들어 있었어. 나는 그걸 반만 먹고 반은 성호 주려고 싸 왔어. 걔가 그걸 보고 아무 말도 안 했어.

그게 고마웠어. 뭐라고 했으면 다시는 못 받았을 텐데.


육오년 봄에 옥자가 중학교에 갔어.

읍내로 버스를 타고 다녔지. 아침에 신작로에 나가 서 있으면 버스가 와.

나는 그 시간에 물을 길었어. 우물이 신작로 옆에 있거든.


한 번은 마주쳤어.

내가 두레박을 올리고 있는데 신작로 쪽에서 발소리가 났어. 고개를 드니까 옥자야. 교복을 입었어. 흰 칼라가 달린 검정 교복. 가방을 들고.

걔가 나를 봤어.

나도 걔를 봤고.

그러고 아무도 인사를 안 했어.


내가 안 한 게 먼저인지 걔가 안 한 게 먼저인지 몰라. 동시였을 거야.

옥자가 지나가고 나서 나는 두레박을 마저 올렸어. 물이 반쯤 쏟아졌더라고.

나는 걔가 미웠던 게 아니야. 부러운 것도 아니었어. 뭐라고 해야 되나 — 할 말이 없었어. 어제까지 있던 말이 하루아침에 없어진 거야.

그다음부터는 물 긷는 시간을 바꿨어. 삼십 분 일찍 나갔지. 그러면 안 마주쳐.


옥자 소식은 몰라.

내가 서울 가고 나서 한 번도 못 들었어. 방앗간 집도 팔았다고 하더라고.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안 알려 줬고.

어디서 잘 살 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가끔 그 우물가가 생각나. 물이 반쯤 쏟아진 두레박하고.

당신의 하루도 이렇게 남습니다

질문에 말로 답하시면 그것이 한 권의 책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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