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어린 시절 · 16화
2026-09-20
그 시절로 딱 하루 돌아갈 수 있다면 어느 날로 가고 싶으세요?
졸업식 전날. 선생님이 나 불렀던 그날.
가서 뭘 하겠다는 게 아니고… 그날 내가 아무 말도 안 했잖아. 그게 걸려. 한 마디라도 했으면 어땠을까 싶어서.
가고 싶다고 한 마디. 안 되는 걸 알아도 말은 해 볼 걸.
사람들이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으냐고 물으면 나는 싫다고 해.
그때가 좋았던 게 아니거든. 배고프고 춥고 무섭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손톱만큼도 없어.
딱 하루만 빼고.
육오년 이월, 졸업식 전날.
교실에 나 혼자 남고 선생님이 창가에 서 계시고. "너는 중학교 가야 하는데" 하시고 말을 끊으시고.
그 자리로 가고 싶어.
가서 뭘 하겠다는 게 아니야.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중학교에 가는 것도 아니고. 그건 안 되는 거야, 그때도 안 됐고 지금도 안 돼.
그냥 그 애가 한 마디만 하게 하고 싶어.
"저 가고 싶어요."
그 여섯 자.
안 되는 걸 알면서 왜 말을 해야 되냐고?
나도 몰랐어. 예순 넘어서 알았어.
말을 안 하면 그게 없었던 일이 돼. 그 애가 중학교에 가고 싶었다는 걸 세상에 아무도 모르는 거야. 선생님도 짐작만 하시고, 어머니도 모르시고, 나중에는 나도 잊어버려.
나는 그 뒤로 육십 년 동안 갖고 싶은 걸 갖고 싶다고 말해 본 적이 없어. 그날 안 하고 그다음부터 안 하게 됐어.
한 번 안 하면 그게 버릇이 돼. 버릇이 되면 성격이 되고.
우리 하윤이가 스물한 살인데, 걔는 하고 싶은 걸 말해.
지난번에 왔을 때 그러더라고. "할머니, 나 유학 가고 싶어." 나는 그 말을 듣고 좀 놀랐어. 놀란 걸 걔가 봤는지 그러더라고.
"안 되겠지?"
"아니여."
내가 그랬어.
"말은 해. 말은 꼭 해."
걔는 무슨 소린지 몰랐을 거야.
나는 그날 밤에 잠이 안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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