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어린 시절 · 17화
2026-09-21
어린 시절 크게 앓았거나 다쳤던 기억이 있나요?
아홉 살에 발등을 데었어. 아궁이에서 물 끓는 솥을 내리다가 쏟았지.
어머니가 된장을 발라 줬어. 그때는 다 그랬어. 병원이 어디 있어.
흉이 아직도 있어, 여기. 여름에 샌들 못 신어. 우리 미영이가 어릴 때 그거 보고 엄마 발에 왜 지도가 있냐고 그러더라고.
육일년 겨울이야.
어머니가 밭에 계셨고 나는 물을 데우고 있었어. 아홉 살이 왜 그걸 했냐면, 위로 언니들은 다 나가고 나만 있었으니까.
솥이 무거워. 양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아궁이에서 내리는데, 손잡이가 뜨거우니까 헝겊을 감았거든. 그 헝겊이 미끄러졌어.
솥이 기울면서 물이 쏟아졌어. 오른발 등으로.
소리를 질렀는지 안 질렀는지 모르겠어. 기억이 안 나.
그다음에 기억나는 건 마당에 앉아 있는 거야. 발이 뜨거운 게 아니라 아파. 뜨거운 건 잠깐이고 그다음부터는 아픈 거야.
어머니가 뛰어오셨어. 밭에서 소리를 들으셨나 봐.
발을 보시더니 아무 말 없이 부엌에 들어가셨어. 된장 항아리에서 된장을 한 주먹 퍼 오셨어. 그걸 발등에 발라 주셨지.
그때는 다 그랬어. 데면 된장, 베면 쑥, 배 아프면 손 따고. 병원이 어디 있어. 읍내에 하나 있는데 거기까지 십 리에 버스 값에 진료비에.
밤에 열이 났어.
어머니가 옆에 앉아 계셨어. 자꾸 발을 들여다보시고, 이마를 짚어 보시고. 나는 자다 깨다 했는데 깰 때마다 어머니가 계셨어.
새벽에 한 번 깼는데 어머니가 우시더라고.
소리는 안 내시고. 어깨만 움직여.
나는 눈을 다시 감았어. 봤다는 걸 아시면 안 될 것 같아서.
흉이 남았어. 발등에 손바닥 반만 하게. 살이 하얗고 반질반질해서 다른 데하고 색이 달라.
여름에 샌들을 못 신어. 예순 해 넘게 못 신었어. 요즘은 다들 신는데 나는 못 하겠더라고.
미영이가 다섯 살쯤에 그걸 보고 그랬어.
"엄마 발에 왜 지도가 있어?"
내가 웃었어. 지도라고 하니까 그렇게 보이더라고.
그 뒤로는 좀 나았어. 흉이라고 생각하면 감추고 싶은데 지도라고 생각하면 그냥 있는 거니까.
이천삼년에 미영이 결혼할 때 굽 있는 구두를 처음 샀어. 발등이 다 보이는 거였어.
그날은 감추고 싶은 마음이 안 들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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