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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어린 시절 · 19화

십 리

2026-09-23

질문

학교 가는 길은 어떤 풍경이었나요?

답

십 리. 개울을 두 번 건너. 여름엔 신발 벗고 건너고 겨울엔 얼음 위로 가는데, 그게 깨져서 빠진 애도 있었어.

손이 시려서 소맷부리에 넣고 걷다가 넘어지면 얼굴로 떨어져. 그래서 우리 때 애들은 겨울에 코 밑이 다 텄어.

다들 그랬으니까 창피한 줄도 몰랐지.

십 리면 사 킬로쯤 되나.

한 시간 조금 더 걸려. 아침에 일곱 시에 나가면 여덟 시 반에 학교에 닿아.

혼자 안 가. 동네 애들이 모여서 가. 앞에 큰 애들, 뒤에 작은 애들. 성호가 학교 갈 나이가 되고부터는 내가 손을 잡고 갔어.


개울을 두 번 건너.

첫 번째 개울은 넓고 얕아. 여름에는 신발을 벗고 건너. 발바닥에 돌이 배기는데 그게 시원해. 물이 무릎까지 오는 날도 있고 발목까지만 오는 날도 있고.

두 번째 개울은 좁고 깊어. 거기는 통나무를 하나 걸쳐 놨어. 그 위로 건너는데, 비 오면 미끄러워.

겨울에는 둘 다 얼어. 얼음 위로 그냥 가.


한 번은 애가 빠졌어.

나보다 두 학년 아래 남자애였어. 얼음이 깨져서 허리까지 빠졌는데 물이 차니까 소리를 못 질러. 숨이 막혀서.

큰 애들이 끌어냈어. 그러고 다 같이 뛰었지. 학교까지 뛰어가서 난로에 말렸어.

그 애가 사흘을 앓았대. 죽지는 않았어.

그다음에도 우리는 그 얼음으로 다녔어. 돌아가면 삼십 분이 더 걸리거든.


겨울 아침에 손이 제일 시려.

장갑이 없으니까 소맷부리 안에 손을 넣고 걸어. 그러면 넘어졌을 때 손이 못 나와. 그대로 얼굴로 떨어져.

그래서 우리 때 애들은 겨울에 코 밑이 다 텄어. 콧물이 흐르고 그게 얼고 그걸 소매로 닦고 또 흐르고.

다들 그랬어. 그러니까 창피한 줄을 몰랐지. 나 혼자만 그랬으면 창피했을 텐데.


우리 미영이가 국민학교에 다닐 때는 걸어서 십 분이었어. 개봉동에서 학교가 바로 앞이거든.

그게 나는 그렇게 좋았어.

비 오는 날 우산 들고 데리러 가면 애가 「엄마 왜 왔어, 금방인데」 그래. 그럼 나는 그냥 웃었어.

십 분이라는 게 얼마나 좋은 건지 걔는 몰라.

몰라도 돼. 모르라고 서울 간 거니까.

당신의 하루도 이렇게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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