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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어린 시절 · 20화

후루룩

2026-09-24

질문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들려주세요.

답

할아버지는 얼굴을 몰라. 내 나기 전에 돌아가셨어.

할머니는 내가 열한 살에 가셨는데, 그 양반이 나를 데리고 잤어. 이가 없어서 밥을 물에 말아 드시는데, 그 물에 밥알이 동동 뜨는 게 어린 마음에 그렇게 싫었어.

근데 돌아가시고 나서는 그 소리가 그립더라고. 후루룩 하는 소리.

할아버지는 얼굴을 몰라.

내가 태어나기 전에 가셨어. 사진도 없어. 그 시절에 시골에서 사진이 어디 있어.

아버지가 할아버지 얘기를 하신 걸 한 번도 못 들었어. 어머니한테 물어봐도 「나도 뵌 적이 별로 없어」 하시고.

그래서 나한테 할아버지는 없는 사람이야. 없는 줄도 모르고 살았어.


할머니는 나를 데리고 주무셨어.

왜 나였는지 몰라. 위로 셋이 있는데. 아마 내가 제일 만만했겠지. 언니들은 커서 방을 따로 쓰고 성호는 어머니 옆이고.

할머니 방은 웃풍이 셌어. 아랫목이 아니고 윗목이라. 겨울에 이불을 코까지 끌어올리고 자.

할머니 몸에서 냄새가 났어. 무슨 냄새냐면… 오래된 나무 냄새 같은 거. 싫은 냄새는 아니었어.


이가 없으셨어.

앞니가 두 개 남고 나머지는 없어. 그러니까 밥을 못 씹으셔. 물에 말아 드셔.

밥그릇에 물을 붓고 숟가락으로 저으면 밥알이 풀어져서 동동 떠. 그걸 후루룩 마시듯이 드셔.

나는 그 소리가 싫었어.

지금 생각하면 왜 싫었나 싶은데, 그때는 밥상에서 그 소리가 나면 고개를 돌렸어. 열 살짜리가 그래.

한 번은 할머니가 그걸 아셨나 봐.

"내 소리가 싫냐."

나는 아니라고 했어. 근데 얼굴이 빨개졌겠지.

할머니가 웃으시더라고. 이가 없으니까 웃으면 입이 쏙 들어가.


육삼년에 가셨어.

아침에 안 일어나셨어. 내가 흔들었는데 안 일어나셔. 그래서 어머니를 불렀지.

장례를 사흘 했어. 나는 그동안 그 방에서 안 잤어. 언니들 방에서 잤어.

사흘 뒤에 다시 그 방에 들어가서 자는데, 조용해.

조용한 게 그렇게 이상했어.


밥상에서 그 소리가 안 나니까 밥이 이상하게 넘어가더라고.

나는 그때 알았어. 싫다고 생각한 것도 없어지면 자리가 빈다는 걸.

지금 나도 이가 성치 않아. 어금니 세 개가 없어. 임플란트를 하라는데 안 했어.

밥을 물에 말아 먹을 때가 있어.

그러면 내 귀에 그 소리가 들려. 내가 내는 소린데 할머니 소리 같아.

당신의 하루도 이렇게 남습니다

질문에 말로 답하시면 그것이 한 권의 책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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