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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어린 시절 · 2화

반들반들해진 자리

2026-09-06

질문

어린 시절 살던 집을 떠올리면 무엇이 가장 먼저 생각나세요?

답

정지 문지방. 부엌을 정지라 그랬어. 흙바닥이고 아궁이가 있는데, 그 문지방이 닳아서 반들반들해. 우리 오 남매가 다 거기 앉아서 밥 먹었으니까.

겨울엔 거기가 제일 뜨뜻하거든. 근데 연기가 매워. 어머니는 평생 그 연기 마시고 눈이 짓물러 있었어.

나는 아직도 집이라 그러면 방이 안 떠올라. 그 문지방이 떠올라.

겨울에 우리 집에서 제일 따뜻한 자리가 방이 아니고 부엌 문지방이었어.

아궁이에 불이 들면 그 열이 문지방을 타고 올라와. 그러니까 다섯이 거기 앉아서 밥을 먹지. 큰언니가 제일 안쪽, 그다음이 둘째, 셋째, 나, 끝에 성호. 순서를 정한 적이 없는데 한 번도 안 바뀌었어.

문지방 나무가 가운데가 우묵했어. 오래 앉으면 그렇게 돼.

여덟 살 겨울에 내가 처음으로 어머니 눈을 봤어.

불을 지피고 계셨는데 젖은 삭정이라 연기가 많이 났어. 그 연기가 굴뚝으로 다 안 나가고 부엌 안을 돌아. 어머니는 그 안에 앉아서 부지깽이로 불을 뒤적이셨어. 눈을 감지도 않고.

나는 밥그릇을 들고 있다가 물었지.

"엄니, 눈이 왜 그려."

돌아보시는데 눈꺼풀 가장자리가 빨개. 속눈썹이 젖어서 몇 가닥이 서로 붙어 있고.

"연기가 매워서 그러지."

"안 매운 나무 때면 안 돼?"

"안 매운 나무는 비싸."

그러고 다시 불을 보셨어. 나는 밥을 마저 먹었고. 국이 식어 있더라고.


그날 저녁에 내가 부엌에 먼저 들어갔어.

아궁이 앞에 앉아서 부지깽이를 잡았지. 어떻게 하는지는 봐 왔으니까 알아. 삭정이 넣고, 바람 들어오게 밑을 띄우고, 연기 나면 그냥 참고.

근데 연기가 눈에 들어오니까 생각보다 훨씬 아파. 눈물이 나는 게 아니라 눈알을 데는 것 같아. 나는 눈을 감았다 떴다 하면서 삼십 분을 앉아 있었어.

어머니가 들어오셔서 그걸 보셨어.

아무 말도 안 하시더라고. 옆에 와서 앉으시더니 내 손에서 부지깽이를 가져가셨어. 그러고 당신 옷고름으로 내 눈가를 닦아 주셨어. 그 옷고름에서 담뱃잎 냄새가 났어.

그날부터 겨울이면 둘이 나란히 앉았어. 아무도 말을 안 하고, 연기만 둘 사이를 지나가고.

일흔넷 먹은 지금도 집이라고 하면 방이 안 떠올라.

우묵하게 닳은 나무 하나가 떠올라. 그리고 그 위에 나란히 앉았던 등 다섯 개가 떠올라.

그 집은 이제 없어. 언제 헐렸는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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