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어린 시절 · 25화
2026-09-29
소풍이나 운동회 날의 기억을 들려주세요.
소풍날은 삶은 계란이야. 애들이 다 계란을 싸 와. 나는 못 싸 갔어. 우리 집에 닭은 있는데 그 알은 팔아야 하거든.
그래서 소풍날 아침에 배가 아프다고 했어.
어머니가 가만히 보더니 아무 말 없이 부엌에 들어가더라고. 조금 있다가 나오는데 손에 계란이 두 개 있어. 어디서 났는지 나는 지금도 몰라. 물어보지도 못했고. …됐어, 그만하자.
소풍은 봄가을에 한 번씩이야.
읍내 뒷산으로 가. 걸어서 한 시간. 거기 가서 도시락 먹고 보물찾기 하고 노래하고 오는 거지.
도시락에 삶은 계란을 싸 와. 그게 그날의 표시야. 계란이 있는 애하고 없는 애.
우리 집에 닭이 있었어. 세 마리.
그런데 그 알은 못 먹어. 모아서 장에 내다 파는 거야. 알 하나가 얼마 안 하지만 그게 소금 값도 되고 성냥 값도 되거든.
그러니까 나는 계란을 못 싸 가.
일 학년 때는 그냥 갔어. 애들이 계란을 까면 나는 딴 데를 봤지.
이 학년 때도 갔고.
삼 학년 봄이었어.
아침에 일어나서 마루에 앉아 있는데 못 가겠는 거야.
"엄니, 나 배가 아파."
어머니가 나를 보셨어. 가만히.
아무 말도 안 하셨어. 아프냐고도 안 물으시고, 거짓말이지 하고 나무라지도 않으시고.
그냥 일어나서 부엌으로 들어가셨어.
조금 있다가 나오시는데 손에 뭐가 있어.
계란 두 개.
삶은 거야. 아직 따뜻해.
"싸 줄게."
나는 아무 말도 못 했어.
어디서 났는지 나는 지금도 몰라. 그날 아침에 우리 집 닭이 알을 두 개 낳았을 수도 있지. 그런데 그건 팔 거잖아. 아니면 남의 집에서 얻어 오셨거나. 그것도 새벽에.
물어보지 못했어. 그날도 못 물었고, 그 뒤로도 못 물었어.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에 병원에서 한 번 물어볼까 했어. 정신이 맑으셨던 그날.
그런데 못 했어.
물어보면 어머니가 뭐라고 하셨을까.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셨겠지. 그런 걸 뭘 기억하냐고.
소풍날 산에서 나는 그 계란을 안 먹었어.
주머니에 넣고 하루 종일 있었어. 애들이 다 까먹을 때도 안 꺼냈어.
집에 와서 성호를 줬어. 두 개 다.
…됐어, 그만하자.
다음 화26화 · 하루에 한 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