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이름은 후남 목차

2부 청춘 시절 · 26화

하루에 한 마디

2026-09-30

질문

십 대 후반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답

말이 없었어. 공장에서 하루 종일 한 마디도 안 하는 날이 있었어. 미싱 소리가 커서 말을 해도 안 들리거든.

대신 손이 빨랐어. 반장이 나를 '저 조용한 애'라고 불렀어.

이름을 안 불러. 그때는 이름을 안 불러 주는 데가 많았어.

미싱이 백 대 넘게 돌면 소리가 하나가 돼.

한 대씩 들리는 게 아니고 통째로 웅웅거려. 그 안에 있으면 옆 사람 말이 안 들려. 소리를 질러야 들리는데, 소리를 지르면 반장이 봐.

그래서 다들 손짓으로 해. 실 떨어졌다, 화장실 간다, 그런 건 손으로.


하루 종일 한 마디도 안 하는 날이 있었어.

아침에 「안녕하세요」 하고 들어와서, 저녁에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나가. 그 사이에 없어.

처음엔 답답했는데 나중엔 편하더라고.

시골에서도 나는 말이 없는 편이었어. 언니들은 조잘조잘하는데 나는 안 그랬어. 그러니까 공장이 나한테 맞았던 거지. 말 안 해도 되는 데니까.


반장이 나를 부를 때 「야」 하거나 「저 조용한 애」라고 했어.

이름을 안 불러. 이백 명 중에 이름으로 불리는 애가 몇 없었어. 오래 다녔거나, 잘하거나, 사고를 쳤거나.

명단에는 번호가 먼저 있어. 번호 다음에 이름.

벌집 주인 아주머니는 「삼호실」이라고 불렀어. 방 번호야.

그러니까 나는 열여섯에서 열여덟까지 이름 없이 살았어.


대신 손이 빨랐어.

시다는 실밥 자르고 부속 옮기고 다림질하는 건데, 나는 그걸 남보다 빨리 했어. 그러니까 반장 눈에 띄었지.

띄는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몰라.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어.


열여섯짜리가 이백 명 틈에서 하루에 한 마디도 안 하고 열두 시간을 앉아 있어. 그게 어떤 건지 지금 애들한테 설명이 안 돼. 우리 하윤이한테 얘기했더니 「할머니 그거 노동 착취야」 그러더라고.

맞아. 착취지.

근데 그때 우리는 그 말을 몰랐어. 몰라서 견딘 거야.

알았으면 어땠을까. 알았어도 견뎠을 거야. 갈 데가 없으니까.

당신의 하루도 이렇게 남습니다

질문에 말로 답하시면 그것이 한 권의 책이 됩니다.

내 이야기 시작하기

← 내 이름은 후남 목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