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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청춘 시절 · 27화

분홍 스웨터

2026-10-01

질문

첫 직장(첫 일)은 무엇이었어요? 첫 월급으로는 뭘 하셨어요?

답

구로동 대성섬유. 봉제야. 시다부터 했지. 첫 월급이 이천팔백 원.

그거 봉투째로 받아서 손이 떨리더라고. 나가서 뭘 했냐면, 시장에서 분홍색 스웨터를 하나 샀어. 말남 언니 거. 내 거 아니고.

언니가 나 서울 오라고 차비를 부쳐 줬거든. 그거 갚는다고. 언니가 그거 받고 아무 말도 안 하더니 화장실에 가서 안 나와.

월급날이 매달 십오일이야.

작업 끝나고 줄을 서. 이백 명이 사무실 앞에 서서 한 명씩 들어가. 이름을 부르면 들어가서 봉투를 받고 나와.

"박후남."

두 달 만에 처음으로 이름이 불렸어. 월급 줄 때만 이름을 불러.


봉투가 얇아.

안에 뭐가 얼마나 들었는지 만져 보면 알아. 이천팔백 원. 백 원짜리랑 십 원짜리가 섞여 있어.

받아서 나오는데 손이 떨렸어. 무서워서 떨린 게 아니고 그냥 떨려.

기숙사에 들어가서 이불 속에서 세 봤어. 세 번 셌어. 세 번 다 이천팔백 원이야.


이튿날이 일요일이었어.

가리봉시장에 갔어. 뭘 살지 정하고 간 게 아니고 그냥 갔어.

옷 가게 앞에서 걸음이 멈췄어. 분홍색 스웨터가 걸려 있었거든. 색이 참 곱더라고. 그 색이 시골에는 없는 색이야.

칠백 원이었어.

한참 봤어. 사면 월급의 사분의 일이야.


샀어. 근데 내 사이즈가 아니고 언니 사이즈로 샀어.

언니가 나 서울 오라고 차비를 부쳐 줬거든. 그게 얼만지는 몰라. 물어본 적이 없어. 그냥 갚아야 한다는 생각만 있었어.

저녁에 언니 있는 데로 갔어. 성북동에서 식모 살 때야. 대문 앞에서 기다렸다가 나오면 주려고.

언니가 나왔는데 손에 쓰레기통을 들고 있더라고.

"왔냐."

"응. 이거."


언니가 봉투를 받아서 열었어.

아무 말도 안 해.

그러고 「잠깐」 하더니 안으로 들어가더라고. 화장실에 갔나 봐. 십 분이 지나도 안 나와.

나는 대문 앞에 서 있었어.

이십 분쯤 있다가 나왔는데 얼굴을 안 봐.

"잘 입을게."

그 말만 하고 들어갔어.


언니는 그 스웨터를 십 년을 입었대. 나는 그걸 오십팔 년 뒤에 알았어. 작년 설에 언니가 얘기해서. 나는 사 준 것만 기억하고 언니가 입은 건 몰랐어.

남은 돈은 이천백 원. 그중에 이천 원을 우체국에서 집으로 부쳤어.

내 손에 백 원이 남았어. 그게 내 첫 월급이야.

당신의 하루도 이렇게 남습니다

질문에 말로 답하시면 그것이 한 권의 책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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