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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청춘 시절 · 28화

점심 십오 분

2026-10-02

질문

젊을 때 유행하던 노래 중 지금도 흥얼거리는 곡이 있나요?

답

봄비. 그거 나오면 지금도 손이 멈춰.

공장에 스피커가 하나 있는데 점심때만 틀어 줘. 그 십오 분 동안 다들 밥을 입에 넣고 그 노래를 들어. 아무도 말을 안 해.

지금 생각하면 그게 그렇게 좋았나 싶은데, 그때는 그 십오 분 때문에 오전을 버텼어.

스피커가 천장 구석에 하나 달려 있었어.

작업 시간에는 안 틀어. 소리가 나면 딴 데 신경 쓴다고. 점심시간에만 틀어 줘.

열두 시에 미싱이 다 멈춰. 그 순간이 이상해. 백 대가 한꺼번에 멎으니까 귀가 먹먹해져. 소리가 없는 게 소리처럼 들려.

그러고 나서 스피커가 켜져.


밥은 각자 싸 와.

양은 도시락이야. 아침에 벌집에서 셋이 번갈아 가며 밥을 해. 반찬은 김치 하나.

도시락을 무릎에 놓고 먹어. 식당이 없으니까 미싱 앞에 그대로 앉아서.

그 십오 분 동안 노래가 나와.


「봄비」가 나오면 다들 조용해.

원래도 말을 잘 안 하지만 그때는 더 그래. 숟가락 소리만 나.

나는 그 노래를 들으면서 창을 봤어. 공장에 창이 높이 하나 있는데 거기로 하늘이 조금 보여. 손바닥만큼.

봄비가 나오면 그 하늘이 다르게 보이더라고.


명자가 한번 그랬어.

"저 노래 들으면 집 생각나."

"…응."

"근데 집에 가면 또 오기 싫겄지."

셋이 웃었어. 웃는데 순덕이가 울더라고. 밥을 먹으면서 우니까 밥이 짜다고 하면서 더 울고.


열두 시 십오 분이 되면 스피커가 꺼져. 그러면 미싱이 다시 도는 거야. 그 순간이 하루 중에 제일 싫었어. 노래가 끊기고 소리가 돌아오는 그 순간.


지금도 「봄비」가 나오면 손이 멈춰.

작년에 하윤이가 유튜브로 틀어 줬어. 요즘 젊은 가수가 다시 부른 거라고. 나는 그거 듣다가 울었어.

하윤이가 놀라서 왜 그러냐고 그러더라고.

"아무것도 아니여."

그렇게 말했어. 점심시간 십오 분을 어떻게 설명해.

당신의 하루도 이렇게 남습니다

질문에 말로 답하시면 그것이 한 권의 책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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