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이름은 후남 목차

2부 청춘 시절 · 30화

원서 내는 날

2026-10-04

질문

젊은 시절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나요?

답

야학. 열일곱에 시작했어. 낮에 일하고 밤에 가는 건데, 잔업이 있으면 못 가. 근데 잔업이 없는 날이 거의 없어. 일주일에 두 번 가면 많이 간 거야.

그래도 삼 년을 붙어 있었어.

검정고시? 못 봤어. 원서 내는 날 잔업이 걸렸어. 그날 화장실에서 울었어. 그게 내 인생에서 제일 아까워.

야학을 열일곱에 시작했어.

같은 방 순덕이가 다닌다고 해서 따라갔어. 처음엔 뭘 배우는지도 모르고 갔어.

가 보니까 중학교 과정을 가르쳐. 국어 수학 영어. 이 년이나 삼 년 하면 검정고시를 볼 수 있대.

검정고시. 그 말을 그날 처음 들었어.

시험을 봐서 붙으면 중학교 나온 걸로 쳐 준다는 거야. 학교를 안 다녀도.


나는 그날 밤에 잠을 못 잤어.

열세 살에 끝났다고 생각한 게 다시 열리는 거잖아.


삼 년을 다녔어.

정확히 말하면 삼 년 동안 이름이 올라가 있었어. 실제로 간 건 일주일에 두 번쯤. 잔업이 있으면 못 가니까.

잔업은 거의 매일 있어. 납기가 걸리면 새벽 두 시까지도 해.

야학이 저녁 일곱 시야. 잔업이 있으면 일곱 시에 못 나가.


책은 벌집에서 봤어.

셋이 자는 두 평 방에서 벽 쪽으로 돌아누워서. 촛불로 보면 순덕이가 잠을 못 자니까 아주 작게 켜.

명자가 한번 그랬어.

"니는 그거 봐서 뭐 할라고."

"…그냥."

"공부해서 뭐가 되냐. 우리가."


칠일년 봄에 검정고시 원서를 내기로 했어.

야학 선생님이 도와주셨어. 서류를 챙겨 주시고 날짜도 알려 주시고.

원서 내는 날이 사월 며칠이었어.

그날 아침에 반장이 조회에서 그러더라고.

"오늘 납기다. 다 남는다."


나는 손을 들었어.

그때 내가 손을 든 건 그게 처음이야. 공장 들어와서 삼 년 만에.

"저 오늘 일이 있는데요."

반장이 나를 봤어. 이백 명이 나를 봤고.

"무슨 일."

"…아닙니다."


손을 내렸어.

그날 새벽 한 시까지 했어. 원서는 못 냈고.

일 끝나고 화장실에서 울었어. 소리 안 나게 울어야 되니까 수건을 물고 울었어.

다음 해에 또 있다고 그러더라고. 근데 안 냈어. 한 번 놓치니까 그다음부터 안 되더라고.


그게 내 인생에서 제일 아까워.

집 잃은 것보다, 애 잃은 것보다 아깝다는 게 아니야. 그건 아까운 게 아니고 아픈 거지.

아까운 건 그거야. 손 한 번 더 들었으면 됐을 텐데.

당신의 하루도 이렇게 남습니다

질문에 말로 답하시면 그것이 한 권의 책이 됩니다.

내 이야기 시작하기

← 내 이름은 후남 목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