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청춘 시절 · 31화
2026-10-05
그 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들과는 뭘 하며 놀았어요?
순덕이하고 명자. 벌집에서 같이 살았어. 두 평에 셋이.
일요일에 놀 데가 어디 있어, 시장 가서 국수 한 그릇 먹는 게 다야. 그것도 셋이 한 그릇을 시켜서 나눠 먹어. 국물은 주인 아주머니가 더 부어 주고.
그러고 나와서 가리봉 오거리를 그냥 걸어. 걷다가 시간 되면 들어가고. 그게 노는 거였어.
벌집이라는 게 뭐냐면, 한 집에 방을 잘게 나눈 거야.
복도가 하나 있고 양쪽으로 문이 쭉 있어. 한 층에 열 개도 넘어. 벌집처럼 생겼다고 벌집이라 그랬어.
방 하나가 두 평이야. 두 평에 셋이 살아.
누우면 딱 맞아. 셋이 나란히 누우면 벽에서 벽까지 꽉 차. 돌아눕는 것도 셋이 같이 돌아누워야 돼.
부엌이 없어. 복도 끝에 곤로 놓는 자리가 있어서 거기서 밥을 해.
수도는 마당에 하나. 아침에 줄을 서.
화장실도 하나. 그것도 줄을 서.
칠십 명이 수도 하나 화장실 하나를 써.
순덕이가 나보다 한 살 위고 명자가 동갑이야.
순덕이는 충청도, 명자는 전라도. 나도 전라도니까 명자하고 말이 잘 통했어.
셋 다 대성섬유야. 라인은 달라.
일요일이 유일하게 쉬는 날이야.
늦잠을 자. 아홉 시까지 자면 그게 호강이야.
일어나서 빨래를 해. 셋이 같이. 그러고 나면 열두 시쯤 되지.
그다음에 시장에 가.
가리봉시장에 국수집이 있었어.
한 그릇에 이십 원인가 삼십 원인가. 셋이 한 그릇을 시켜.
주인 아주머니가 우리를 알아. 그릇을 놓으면서 국물을 한 국자 더 부어 주셔. 말없이.
그러면 셋이 젓가락 세 개로 먹어. 순덕이가 제일 천천히 먹고 명자가 제일 빨라. 나는 중간.
먹고 나와서 오거리를 걸어.
살 게 있어서 가는 게 아니야. 그냥 걸어. 옷 가게 앞에 서서 보고, 신발 가게 앞에 서서 보고.
명자가 늘 그랬어.
"저거 언젠가 산다."
한 번도 안 샀어.
다섯 시쯤 되면 들어가. 저녁을 해 먹고 여덟 시면 자. 내일 다섯 시에 일어나야 되니까.
일요일이 그게 다야. 그런데 그 일요일 때문에 엿새를 버텼어.
명자는 칠사년에 고향 갔어. 그러고 소식이 끊겼고.
순덕이는 지금도 통화해. 오십팔 년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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