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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청춘 시절 · 33화

봉투를 안 열었다

2026-10-07

질문

스무 살의 나에게 지금 한마디 해줄 수 있다면 뭐라고 하시겠어요?

답

…뭘 그런 걸 다 물어.

스무 살에 나는 월급 봉투를 열지도 않고 우체국에 갔어. 열어 보면 쓰고 싶어지니까.

그 애한테 무슨 말을 해. 잘한다고도 못 하겠고 그만하라고도 못 하겠고. 그냥 옆에 앉아 있어 주고 싶어. 아무 말 말고.

칠이년에 스무 살이었어.

미싱사가 된 지 이 년째고, 월급이 시다 때보다 나아졌어. 그래도 다 부쳐.

봉투를 안 열어.


왜 안 여냐면, 열면 세게 되거든.

세면 그중에 얼마를 쓰고 싶어져. 국수 한 그릇, 크림빵 하나,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거.

그러니까 안 열어. 받은 그대로 주머니에 넣고 우체국까지 가.

우체국에서 봉투째로 내밀면 아저씨가 열어서 세. 내가 안 봐도 아저씨가 세니까.


그 아저씨가 나중에는 내 이름을 외웠어.

"박후남 씨 왔네."

그 소리가 그렇게 좋았어. 공장에서는 아무도 안 불러 주는 이름이니까.

한번은 아저씨가 그러더라고.

"안 열어 보고 부치는 사람은 아가씨밖에 없어."

나는 웃기만 했어.


지금 그 스무 살짜리를 만나면 뭐라고 할까.

「잘하고 있다」? 그건 거짓말이야. 잘하는 게 아니라 딴 수가 없는 거였으니까.

「그만해라」? 그것도 못 해. 그만두면 성호가 학교를 못 가.

「좀 써라」? 백 원만 써라, 크림빵 하나 사 먹어라. …그건 말할 수 있겠네.

근데 그 애가 안 들을 거야. 내가 그 애니까 알아.


그래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싶어.

우체국 앞 계단에 걸터앉아서 그냥 옆에 있어 주고 싶어. 말은 안 하고.

그 애가 「아줌마는 누구세요」 하면 「지나가는 사람이여」 하고.


한 가지는 말해 줄 수 있겠다.

「니 이름 부르는 사람이 앞으로 더 생긴다.」

그거는 진짜니까.

미싱사 명단에도 오르고, 손님들이 사장님이라고도 부르고, 나중에는 애들이 엄마라고 부르고, 더 나중에는 하윤이가 할머니라고 부르고.

그 애는 그때 자기 이름을 아무도 안 부르는 줄 알았거든.

당신의 하루도 이렇게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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