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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청춘 시절 · 34화

흑백 속의 분홍

2026-10-08

질문

젊은 시절 사진 중 가장 아끼는 한 장은 어떤 장면인가요?

답

남산에서 찍은 거. 넷이 찍었어. 나하고 순덕이, 명자, 그리고 언니. 흑백이야.

그거 찍는다고 사진관에서 삼백 원을 냈어. 다들 제일 좋은 옷을 입었는데, 나는 언니 스웨터를 빌려 입었어. 내가 사 준 그 분홍 거.

흑백이라 분홍인지도 몰라. 근데 나는 알아.

칠일년 봄이야.

일요일에 넷이 남산에 갔어. 순덕이가 가자고 했어. 서울 왔는데 남산 한 번은 봐야 되지 않냐고.

버스를 두 번 갈아탔어.


올라가니까 서울이 다 보여.

나는 그때까지 서울이 그렇게 큰지 몰랐어. 구로동하고 가리봉동하고 영등포하고, 내가 아는 데가 세 군데뿐이었으니까.

명자가 그러더라고.

"저 안에 우리 집은 없네."

넷이 아무 말도 안 했어.


내려오는 길에 사진관이 있었어.

「기념 촬영」이라고 써 붙여 놨어. 한 장에 삼백 원.

순덕이가 찍자고 했어. 셋이 좀 망설였지. 삼백 원이면 국수가 열 그릇이야.

넷이 칠십오 원씩 냈어.


사진 찍는 게 처음이었어.

시골에서 사진관에 가 본 적이 없어. 우리 집에 사진이 한 장도 없었어. 어머니 아버지 사진도 없어.

사진사가 「자 웃으세요」 하는데 웃는 게 안 되더라고.

넷이 다 뻣뻣하게 서 있어.


그날 다들 제일 좋은 옷을 입고 갔어.

순덕이는 새로 산 블라우스, 명자는 언니한테 얻은 원피스, 언니는 한복 저고리.

나는 옷이 없어서 언니 스웨터를 빌려 입었어.

내가 사 준 그 분홍 스웨터.


일주일 뒤에 찾으러 갔어.

넷이 나왔는데 다들 얼굴이 굳어 있어. 웃으라고 했는데 아무도 안 웃었더라고.

흑백이야. 그때는 컬러가 없어.

그러니까 그 스웨터가 회색으로 나왔어.


누가 봐도 회색이지. 분홍인지 아무도 몰라. 근데 나는 알아. 그게 분홍이라는 걸 나하고 언니만 알아.


그 사진이 지금 내 방 서랍에 있어.

오십오 년 됐어. 귀퉁이가 접혔고 색이 누레졌어.

작년에 하윤이가 그걸 보더니 「할머니 이거 스캔해 드릴까」 그러더라고. 폰으로 찍어서 크게 만들어 준대.

"됐어."

그렇게 말했어. 왜 됐다고 했는지는 나도 몰라.

넷 중에 둘이 이제 없어. 명자는 소식이 끊겼고 언니는 인천에 있고.

당신의 하루도 이렇게 남습니다

질문에 말로 답하시면 그것이 한 권의 책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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