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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청춘 시절 · 35화

열두 시 사이렌

2026-10-09

질문

그때 세상은 지금과 무엇이 가장 달랐나요?

답

밤에 못 돌아다녔어. 통행금지라고, 열두 시 되면 사이렌이 울려. 그 소리 나면 다 뛰어.

잔업 끝나고 나오면 열한 시 반이야. 벌집까지 이십 분. 그래서 우리는 늘 뛰었어.

젊은 사람들이 밤에 천천히 걸어 다니는 걸 보면 지금도 좀 이상해. 저래도 되나 싶고.

통행금지라는 게 있었어.

밤 열두 시부터 새벽 네 시까지 밖에 못 나가. 나가면 잡혀가.

지금 애들한테 얘기하면 안 믿어. 하윤이가 「왜?」 그러는데 나도 몰라. 그때는 왜냐고 묻는 사람이 없었어.


열두 시가 되면 사이렌이 울려.

동네마다 스피커가 있어서 거기서 울어. 웅— 하고 길게.

그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길에 있던 사람들이 다 뛰어.


우리는 매일 뛰었어.

잔업이 열한 시에 끝나. 공장 문을 나오면 열한 시 십 분이나 이십 분.

거기서 가리봉동 벌집까지 걸어서 이십 분이야.

계산하면 되긴 해. 되는데, 십 분만 늦어지면 안 돼.


그래서 뛰어.

이백 명이 한꺼번에 나와서 뛰는 거야. 다들 같은 방향으로. 여자애들이 이백 명 뛰면 소리가 나. 발소리하고 숨소리하고.

그 소리가 나는 아직도 생각나.


한번은 늦었어.

납기 때문에 열한 시 사십 분에 끝났어. 아무리 뛰어도 안 돼.

순덕이하고 나하고 골목에 숨었어. 담벼락에 붙어서.

어릴 때 아버지 술 드시면 담벼락에 붙어 있던 게 생각나더라고.

그때는 아버지 소리가 그치기를 기다렸고, 그때는 순찰이 지나가기를 기다렸어.


새벽 네 시에 해제 사이렌이 울어.

우리는 그때까지 골목에 있었어. 네 시간을.

앉지도 못 해. 앉으면 잠들까 봐.

해제 사이렌이 울었을 때 순덕이가 그러더라고.

"우리 그냥 공장 가자."

다섯 시에 출근이니까. 집에 가 봐야 한 시간이야.

그래서 그날 공장으로 바로 갔어. 스물네 시간 넘게 안 잤어.


팔이년에 통금이 없어졌어. 나는 그때 문래동에서 애 둘 키울 때야. 라디오에서 그 소식이 나오는데 실감이 안 났어.


지금도 밤에 사람들이 천천히 걷는 걸 보면 좀 이상해.

우리 하윤이가 밤 열두 시에 카톡을 해. 「할머니 자?」 하고.

그러면 나는 생각하지.

저 애는 열두 시에 밖에 있어도 되는구나.

당신의 하루도 이렇게 남습니다

질문에 말로 답하시면 그것이 한 권의 책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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