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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청춘 시절 · 36화

우리한테도 있었어

2026-10-10

질문

군대(또는 그 시절의 힘든 의무) 이야기 중 기억나는 것이 있나요?

답

여자가 무슨 군대를 가. 근데 우리한테도 있었어. 동생 학교 보내는 거.

그게 의무였어.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다들 그렇게 했어. 우리 공장에 처녀들이 이백 명인데, 월급날 우체국에 줄이 백 미터야. 다 집으로 부치는 거야.

성호 대학 등록금 받던 날 어머니가 전화도 아니고 편지를 보냈어. 이장이 대신 써 준 거. '후남아 고맙다' 다섯 자.

남자들은 군대에 갔어.

삼 년이야. 갔다 오면 스물넷 스물다섯.

우리 공장에도 남자가 몇 있었는데, 영장 나오면 다들 술을 사 주고 보냈어.

여자는 안 가.

그런데 여자한테도 있었어. 이름이 없어서 그렇지.


동생 학교 보내는 거.

법으로 정한 것도 아니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니야. 그냥 다들 그랬어.

우리 공장에 처녀가 이백 명인데, 그중에 자기 돈을 자기가 쓰는 애가 몇이나 됐을까. 나는 못 봤어.


월급날 우체국에 가면 줄이 백 미터야.

전부 우리 또래 여자애들이야. 손에 봉투를 들고 서 있어.

앞에 선 애가 봉투를 열어서 한 장을 빼고 나머지를 부쳐. 뒤에 선 애는 안 열고 그냥 부쳐.

우리는 서로 안 봐. 서로 보면 부끄러우니까. 뭐가 부끄러운지는 몰라도 그래.


칠육년에 성호가 대학에 붙었어.

내가 스물넷, 걔가 열아홉.

그때 나는 시집을 가서 문래동에 있었어. 미영이를 배고 있었고.


집에서 편지가 왔어.

이장이 대신 쓴 거. 성호가 서울 대학에 붙었다고. 등록금이 얼마라고.

나는 그 편지를 그이한테 보여 줬어.

그 사람이 한참 보더니 그러더라고.

"보내야지."

그게 다야. 자기 처가 동생 등록금인데 「보내야지」 세 글자.


그해에 우리도 셋방 살이야. 애를 배고 있고.

그런데 보냈어.

큰언니도 보냈고, 둘째 언니도 보냈고, 말남 언니도 보냈어. 넷이서 얼마씩 모아서.


등록금을 부치고 나서 한 달쯤 있다가 어머니 편지가 왔어. 「후남아 고맙다」 다섯 자야. 이장이 쓴 거니까 어머니 글씨도 아니고.

나는 그 편지를 오래 갖고 있었어. 언제 없어졌는지 몰라.


성호는 은행에 들어가서 정년까지 다녔어. 지금 분당에 살아.

명절에 와. 일 년에 두 번.

그 애는 자기가 어떻게 대학에 갔는지 알아. 아는데 말을 안 해.

나도 안 해. 말하면 그때부터 빚이 되니까.

당신의 하루도 이렇게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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