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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청춘 시절 · 37화

물이 파랬다

2026-10-11

질문

젊을 때 가보고 싶었지만 못 가본 곳이 있나요?

답

제주도. 순덕이가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갔거든.

갔다 와서 사진을 보여 주는데 물이 파래. 진짜로 파래.

나는 그 사진을 한참 봤어. 나도 가야지 했는데 오십 년이 지났네. 비행기를 한 번을 못 타 봤어.

칠오년에 순덕이가 시집을 갔어.

제주 사람한테 갔어. 공장에 납품 오던 사람 소개로 만났대.

결혼식을 서울에서 하고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갔어.


그때 제주도 신혼여행은 큰 거였어.

우리 또래는 대개 온양이나 수안보야. 제주도는 비행기를 타야 되니까.

순덕이가 간다고 했을 때 명자가 그랬어.

"니는 팔자 폈다."

순덕이가 웃었어. 웃는데 좀 미안해하는 얼굴이었어.


갔다 와서 사진을 가져왔어.

나는 그때 문래동에 살았어. 미영이를 낳기 전이야.

순덕이가 우리 집에 와서 사진을 펼쳤어. 열 장쯤.


물이 파래.

컬러 사진이야. 그때 컬러가 나오기 시작했거든.

내가 아는 물은 개울물하고 안양천 물이야. 개울물은 맑고 안양천은 흐려. 파란 물은 처음 봤어.

바다가 파랗다는 걸 그때 알았어.


"진짜 이래?"

"응. 더 파래."

"…거짓말."

"진짜여. 사진이 못 담아."


나는 그 사진을 한참 봤어.

순덕이가 「하나 줄까」 하는데 「됐어」 했어. 왜 됐다고 했는지 몰라.


그날 순덕이 가고 나서 그이한테 그랬어. "우리도 나중에 제주도 가자." 그 사람이 그러더라고. "그러자."


칠십육년에 온양에 하루 갔다 온 게 우리 여행의 전부야.

그다음엔 애가 셋이 되고, 공장을 하고, 부도가 나고, 가게를 하고.

「나중에」가 오십 년이 됐어.


순덕이는 지금도 제주도에 살아.

일 년에 두어 번 전화가 와. 하는 말이 늘 똑같아.

"후남아 언제 올래."

나는 늘 간다고 해. 오십 년을 간다고만 했어.

비행기를 한 번을 못 타 봤어. 무서운 게 아니고 기회가 없었어.

…기회가 없었다는 말도 이제 안 맞네. 지금은 있잖아.

당신의 하루도 이렇게 남습니다

질문에 말로 답하시면 그것이 한 권의 책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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