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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청춘 시절 · 39화

쉰 김치

2026-10-13

질문

그 시절 밥상엔 주로 뭐가 올라왔나요?

답

공장 식당에 국이 나오는데 건더기가 없어. 그래서 다들 도시락을 싸.

벌집에서 셋이 번갈아 가며 밥을 해. 반찬은 김치 하나. 여름엔 그것도 쉬어. 쉰 김치를 물에 헹궈서 먹었어.

지금 애들한테 얘기하면 안 믿어. 우리 미선이는 엄마 그거 상한 거잖아 그래. 상한 거 맞지. 근데 그거 먹고 우리가 살았어.

공장에 식당이 있긴 했어.

국을 줘. 그런데 건더기가 없어. 국물에 배추 이파리 몇 개.

밥은 각자 싸 와야 돼.


벌집에서 밥을 해.

복도 끝에 곤로 자리가 있어. 거기서 셋이 번갈아 가며 해.

아침에 밥을 하면 두 몫이야. 아침에 먹을 거하고 도시락에 쌀 거하고.


반찬은 김치 하나.

시골에서 어머니가 부쳐 주시는 거야. 김장할 때 한 통 부치면 그걸로 몇 달을 나.

여름이 문제야.


방에 냉장고가 어디 있어.

김치통을 방 구석에 놔두면 삼 일이면 시어. 일주일이면 쉬어.

쉬면 냄새가 나. 시큼한 냄새가 아니고 좀 다른 냄새야.

그러면 물에 헹궈.


물에 헹구면 냄새가 좀 빠져. 맛도 빠지지만.

그걸 참기름 한 방울 넣고 무쳐서 먹어. 참기름도 없으면 그냥 먹고.


한번은 명자가 배탈이 났어.

밤새 화장실을 왔다 갔다 했어. 화장실이 마당에 하나뿐인데 그걸 밤새 왔다 갔다 해.

아침에 얼굴이 하얀데 공장에 갔어.

"안 가면 잘려."


그날 나는 명자 도시락을 대신 싸 줬어. 김치를 두 번 헹궈서.


우리 미선이가 대학 다닐 때 그 얘기를 한 적이 있어.

"엄마 그거 상한 거잖아."

"상한 거 맞지."

"그걸 왜 먹어?"

"먹을 게 그거밖에 없응께."

미선이가 아무 말도 안 하더라고.


지금 우리 집 냉장고에 김치가 세 종류야.

배추김치, 총각김치, 열무김치. 미영이가 사다 놔.

나는 아직도 김치가 조금만 시어도 못 버려.

미영이가 버리라고 하는데 못 버려. 물에 헹궈서 찌개를 해.

그러면 미영이가 그래. "엄마 또."

또 그러지 뭐.

당신의 하루도 이렇게 남습니다

질문에 말로 답하시면 그것이 한 권의 책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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