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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청춘 시절 · 40화

미싱

2026-10-14

질문

젊은 시절의 나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무엇일까요?

답

미싱. 사람이 아니고 물건이네. 근데 그게 맞아. 그때 나는 미싱이었어.

아침에 앉으면 저녁까지 발이 안 멈춰. 꿈에서도 밟았어.

자다가 발이 움직여서 순덕이가 깨우고 그랬어.

한 단어로 하라니까 나는 미싱이라고 해.

사람이 아니고 물건이지. 이상하다고 할 텐데, 그게 맞아.


아침 다섯 시에 일어나.

여섯 시에 공장에 들어가서 미싱 앞에 앉아. 그러면 저녁까지 그 자리야.

밥 먹을 때도 그 자리에 앉아서 먹어. 화장실 갈 때만 일어나.

열두 시간, 열네 시간, 잔업 있으면 열여덟 시간.


미싱은 발로 밟아.

발판이 있어서 밟으면 돌아가. 세게 밟으면 빨리 돌고 살살 밟으면 천천히 돌아.

손은 천을 잡고 밀고, 눈은 바늘 자리를 보고, 발은 계속 밟아.

셋이 따로 놀면 안 돼. 하나가 돼야 돼.


처음엔 안 돼.

손이 빠르면 발이 못 따라가고, 발이 빠르면 손이 못 따라가. 그래서 박음질이 삐뚤어져.

삐뚤어지면 불량이야. 불량이 나오면 반장이 봐.


석 달쯤 지나면 생각을 안 하게 돼.

손발이 알아서 해. 머리는 딴 데 있어도 돼.

그때부터가 진짜야. 그때부터 빨라져.


밤에 자다가 발이 움직여. 이불 속에서 발이 밟는 시늉을 하는 거야. 나도 모르게.

순덕이가 나를 깨우면서 그랬어.

"니 또 밟는다."


나만 그런 게 아니야. 순덕이도 그러고 명자도 그러고.

두 평에 셋이 누워서 셋 다 발을 밟고 자는 거야.

그게 우스운 일인지 슬픈 일인지 그때는 몰랐어.


미싱을 육 년 밟았어. 열여섯에서 스물둘까지.

시집가면서 그만뒀어. 그때는 결혼하면 다 그만뒀거든.


근데 미싱이 나를 안 놔주더라고.

팔십년대에 부업으로 다시 잡았어. 인형 눈 붙이다가 소매 박는 거로 넘어갔지.

구십팔년에는 밤에 그걸로 벌었어. 개당 얼마씩 쳐 주는 거.

이천육년에는 하윤이 돌 저고리를 그걸로 지었고.


지금 광명 집 베란다에 있어. 오십 년 넘은 거.

미선이가 자기 달래. 쓸 줄도 모르면서.

그러라고 했어.

쓸 줄 몰라도 돼. 그게 우리 집이 어떻게 살았나 하는 거니까.

당신의 하루도 이렇게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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