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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어린 시절 · 4화

이불이 넓었다

2026-09-08

질문

형제자매와 얽힌 기억 중 가장 생생한 것은 무엇인가요?

답

말남 언니하고 한 이불을 썼어. 나보다 네 살 위인데, 겨울에 발이 시리니까 서로 발을 밟고 자. 언니가 발이 따뜻했거든.

근데 언니가 열여덟에 서울로 갔잖아. 그날 밤에 이불이 그렇게 넓은 줄 처음 알았어. 발 밟을 데가 없어서.

…그러다 이 년 뒤에 나를 부른 것도 그 언니야.

겨울에 자매 둘이 한 이불을 쓰면 규칙이 생겨.

언니는 발이 따뜻하고 나는 발이 시려. 그러니까 내가 언니 발등에 내 발을 올려. 언니는 그걸 안 밀어내. 대신 아침에 꼭 한 마디를 해.

"니 발은 얼음이여."

십 년을 그렇게 잤어.

육육년 봄에 언니가 서울로 갔어.

가는 게 정해진 날부터 사흘 동안 집이 조용했어. 어머니는 밤에 무명천을 잘라 속옷을 지으셨고, 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안 하셨어. 열여덟짜리 딸이 남의 집 부엌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 그 집에서는 아무도 말을 안 했어.

가기 전날 밤에 마지막으로 한 이불에 누웠지.

"후남아."

"응."

"니가 이제 물 길어야 혀."

"알어."

"성호 밥은 먼저 주고."

"알어."

한참 있다가 언니가 그러더라고.

"발 시리면 아랫목으로 와."

나는 대답을 안 했어. 아랫목은 아버지 자리였거든.


이튿날 아침에 언니가 떠났어. 정읍역까지 어머니가 따라가시고 나는 집에 남았어. 남으라고 해서 남은 게 아니고, 따라가겠다는 말을 못 했어.

그날 밤에 나 혼자 이불을 폈어.

폈는데 이상해. 늘 펴던 이불인데 넓어. 다리를 뻗어도 걸리는 게 없고, 옆으로 굴러도 끝이 안 나와. 몇 번을 굴러 봤어. 그러다 발을 뻗어서 언니 눕던 자리에 대 봤지.

차갑더라고.

열네 살에 나는 이불이 원래 이만큼 넓다는 걸 알았어. 십 년 동안 그 절반만 쓰고 있었던 거야.


이 년 뒤에 서울에서 편지가 왔어. 이장이 읽어 줬고.

봉투 안에 돈이 들어 있었어. 기차표 값이었어.

후남아 올라와라. 여기 사람 쓴다더라.

그 여섯 자를 이장이 읽는 동안 어머니는 뒤돌아서 계셨고 나는 마루 끝을 보고 있었어. 아무도 안 된다고 안 했어.

열여섯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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