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어린 시절 · 5화
2026-09-09
초등학교(국민학교) 첫날을 기억하세요?
국민학교라 그랬지, 그때는. 검정 고무신 신고 갔어. 새 거였어, 그게. 언니들 물려받은 거 아니고 내 거. 그것 때문에 좋아서 잠을 못 잤어.
근데 가서 보니까 운동화 신은 애가 있더라고. 면 소재지 사는 애.
나는 그날 하루 종일 발을 치마 밑으로 감췄어. 일곱 살에 그런 걸 알더라고, 사람이.
고무신이 입학식 사흘 전에 왔어.
어머니가 장에서 사 오셨는데, 검고 반들반들하고 안쪽에서 새 고무 냄새가 나. 나는 그걸 마루에 놓고 한참 봤어. 언니 셋을 거쳐 온 게 아니라 처음부터 내 것인 물건은 그때까지 살면서 그거 하나였거든.
밤에 잠이 안 오더라고.
일어나서 마루로 나가 신발을 다시 봤어. 달빛에 코가 반짝했어. 나는 그걸 안고 방으로 들어와서 이불 속에 넣고 잤어. 아침에 어머니가 그걸 보시고 아무 말씀도 안 하셨어.
입학식 날에 운동장에 애가 예순 명쯤 섰어.
선생님이 이름을 부르시더라고.
"박후남."
"예."
목소리가 잘 나왔어. 나는 그게 뿌듯했지. 앞에 선 애는 두 번 불려서야 대답했는데 나는 한 번에 했거든.
교실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어. 그러고 옆자리 애 발을 봤어.
흰 운동화야. 끈이 있고. 옆에 파란 줄이 두 개 있고, 밑창이 고무가 아니라 뭔가 다른 거였어. 면 소재지에서 온 애라 그랬어.
나는 내 발을 봤지. 검고 반들반들한 고무신. 사흘 전까지 세상에서 제일 좋은 물건이었던 거.
그러고는 발을 치마 밑으로 밀어 넣었어.
수업이 세 시간이었는데 나는 세 시간 내내 발을 넣고 있었어. 다리가 저리더라고. 쉬는 시간에 애들이 밖에 나가 뛸 때도 안 나갔어.
선생님이 물으셨어.
"후남이는 왜 안 나가?"
"…배가 아파서요."
집에 와서는 아무 말도 안 했어. 어머니가 어땠냐고 물으시니까 좋았다고 했어. 좋았다고 두 번 말했어.
그날 밤에는 고무신을 이불에 안 넣었어. 마루에 그냥 두고 잤어.
일곱 살이었어. 그 나이에도 사람은 자기가 어디 서 있는지를 알더라고.
그리고 그날 배운 게 하나 더 있어 — 서러운 건 말하지 않는다는 거. 나는 그걸 예순 해 넘게 지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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