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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청춘 시절 · 42화

극장에서 우는 소리

2026-10-16

질문

그 시절 극장에서 본 영화 중 기억나는 것은 무엇인가요?

답

미워도 다시 한번. 서울 와서 첫 추석에 봤나. 재개봉관이었어. 표가 싸니까.

셋이 갔는데 극장 안에서 우는 소리가 사방에서 나. 남자들도 울어.

나와서 아무도 말을 안 해. 그러고 국수 먹으러 갔어. 국수 먹으면서도 말을 안 해.

극장은 영등포에 있었어.

재개봉관이야. 개봉관에서 내린 영화를 나중에 트는 데. 표가 싸.

개봉관이 백 원이면 재개봉관은 오십 원인가 그랬어.


육팔년 추석이야.

셋이 다 고향에 안 갔어. 차비가 없어서.

명절에 공장이 이틀 쉬는데 갈 데가 없으니까 벌집에 있는 거야. 그게 제일 이상해. 명절인데 갈 데가 없어.


순덕이가 영화나 보러 가자고 했어.

「미워도 다시 한번」을 한다고. 그때 이미 유명한 영화였어.


극장이 꽉 찼어.

명절이니까. 우리 같은 사람이 많더라고. 고향에 못 간 사람들.

자리가 없어서 뒤에 서서 봤어.


시작하고 삼십 분쯤 지나니까 소리가 나기 시작해.

훌쩍이는 소리.

한 사람이 시작하면 옆 사람이 하고, 그러다 사방에서 나.

남자들도 울어.


나는 안 울었어.

울음이 안 나오더라고. 왜 그런지는 몰라. 슬픈데 눈물이 안 나.

옆에서 순덕이가 우는데 나는 그 우는 걸 봤어.


끝나고 나오는데 사람들이 다 눈이 부어 있어. 우리 셋도 아무 말을 안 했어.


국수를 먹으러 갔어.

그때도 말을 안 해.

명자가 젓가락으로 국수를 뒤적이기만 하다가 한마디 했어.

"우리 엄마 보고 싶다."


그 말에 순덕이가 또 울었어.

나는 그때도 안 울었어.


집에 와서 이불에 누웠는데 그때 나왔어.

소리 안 나게 우는 법을 그때 배웠어. 두 평에 셋이 누우면 옆 사람이 다 아니까.

숨을 안 쉬면 돼. 숨을 참고 울면 소리가 안 나.


그 뒤로 육십 년 동안 나는 그렇게 울었어.

현일이 갔을 때도, 구십칠년에 집이 넘어갔을 때도, 그이 갈 때도.

소리를 안 내.

미영이가 한번 그러더라고. "엄마는 우는 걸 못 봤어."

봤을 텐데 몰랐겠지.

당신의 하루도 이렇게 남습니다

질문에 말로 답하시면 그것이 한 권의 책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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