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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청춘 시절 · 43화

또 계란 두 개

2026-10-17

질문

처음 서울(큰 도시)에 갔던 날을 기억하세요?

답

육팔년 삼월. 정읍역에서 완행을 탔어. 아홉 시간인가 걸렸어.

어머니가 삶은 계란 두 개를 신문지에 싸 줬는데, 나는 그걸 안 먹고 서울까지 들고 갔어. 왜 안 먹었는지 몰라.

용산역에 내렸는데 사람이 하도 많아서 언니를 못 찾겠는 거야. 그 자리에 한 시간을 서 있었어. 나중에 언니가 뛰어오는데, 언니 얼굴이 시커멓더라고. 시골에서는 안 그랬는데.

가는 날 새벽에 어머니가 부엌에서 뭘 하셨어.

나는 자는 척했어. 눈을 뜨면 뭐라고 해야 될지 몰라서.


일어나 보니까 마루에 보따리가 있어.

옷 두 벌하고 고무신 한 켤레하고.

그 옆에 신문지에 싼 게 있어.

계란 두 개. 삶은 거.


소풍날 아침에도 계란 두 개였어. 열 살 때. 그때는 어디서 났는지 모른다고 했지. 이번에도 몰라.


정읍역까지 어머니가 따라오셨어.

십 리를 걸어서 버스를 타고.

역에서 표를 끊는데 어머니가 돈을 내셨어. 어디서 났는지 그것도 몰라.


기차가 왔어.

완행이야. 정읍에서 서울까지 아홉 시간.

타기 전에 어머니가 내 손을 잡으셨어.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잡고 계셨어.

그러다 놓으셨어.

"가라."


기차에 타서 창으로 봤는데 어머니가 그 자리에 서 계셔.

기차가 움직이는데도 안 움직이셔.

보이다가 안 보이게 됐어.


기차 안에서 나는 계란을 안 먹었어.

배가 안 고픈 게 아니야. 고팠어. 아홉 시간인데.

그런데 못 먹겠더라고.

그 신문지 뭉치를 무릎에 놓고 아홉 시간을 갔어. 손으로 만지작거리면서.


용산역에 내렸어.

사람이 그렇게 많은 걸 처음 봤어.

너븐들 사람이 다 합쳐야 이백 명인데, 역에 그보다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움직여.


언니를 못 찾겠어.

찾을 방법이 없잖아. 전화가 있어, 뭐가 있어.

그 자리에 서 있었어. 내린 자리에서 한 발짝도 안 움직이고.

한 시간을 서 있었어.


언니가 뛰어왔어.

기차가 늦게 왔다고 착각했다면서.

언니가 나를 보고 웃는데 얼굴이 시커멓더라고.

시골에서는 안 그랬는데. 이 년 만에 봤는데 그새 얼굴이 변했어.


언니가 내 손의 신문지를 봤어.

"그게 뭐여."

"…계란."

"안 먹었어?"

"응."


언니가 그걸 받아서 껍질을 까 줬어.

역 계단에 앉아서 둘이 하나씩 먹었어.

식어서 퍽퍽했어.

당신의 하루도 이렇게 남습니다

질문에 말로 답하시면 그것이 한 권의 책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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