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청춘 시절 · 44화
2026-10-18
젊을 때 크게 아팠거나 위험했던 순간이 있었나요?
미싱 바늘이 손톱을 뚫었어. 왼손 검지. 졸다가 그런 거야. 새벽 두 시였나.
소리도 안 질렀어. 지르면 반장이 오니까. 옆에 순덕이가 보고 자기 손수건으로 묶어 줬어.
그러고 그날 일을 끝까지 했어. 병원은 아침에 갔어. 지금도 이 손톱은 모양이 달라. 봐, 여기.
칠일년 겨울이야.
납기가 걸려서 사흘째 밤을 새우고 있었어.
새벽 두 시가 제일 위험해. 세 시가 넘으면 오히려 정신이 들어. 두 시가 고비야.
졸았어.
일 초쯤 졸았을 거야. 고개가 떨어지면서 손이 앞으로 나갔어.
바늘이 왼손 검지 손톱을 뚫고 들어갔어.
미싱 바늘은 분당 몇백 번을 오르내려.
발이 발판에서 안 떨어지면 계속 박아.
나는 발을 뗐어. 그건 몸이 알아서 했어.
소리를 안 질렀어.
지르면 반장이 오니까.
반장이 오면 라인이 멈춰. 라인이 멈추면 그날 물량을 못 채워. 물량을 못 채우면 다음 날 더 해야 돼.
그 계산이 순간적으로 되더라고. 열아홉 살이.
옆자리 순덕이가 봤어.
미싱을 멈추고 왔어.
자기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내 손가락을 감았어. 꽉.
아무 말도 안 했어.
피가 손수건에 배어 나왔어.
순덕이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미싱을 다시 돌렸어.
나도 돌렸어.
그날 일을 끝까지 했어. 새벽 다섯 시까지. 오른손으로만 하니까 느려. 느리면 또 혼나. 그러니까 왼손도 썼어.
아침에 병원에 갔어.
의사가 보더니 그러더라고.
"왜 이제 왔어요."
"일이 있어서요."
손톱이 빠졌어.
새로 나는 데 여섯 달 걸렸어. 나오는데 모양이 달라. 가운데가 우묵하고 가장자리가 두꺼워.
오십오 년 지난 지금도 그래.
봐, 여기.
이 손톱만 모양이 달라. 매니큐어를 못 발라. 발라 본 적도 없지만.
우리 하윤이가 어릴 때 그 손톱을 만지작거리면서 물었어.
"할머니 손톱 왜 이래?"
"…다쳤어."
"어디서?"
"옛날에."
그러고 말았어.
여섯 살한테 그 얘기를 어떻게 해.
지금은 스물한 살이니까 해도 되겠네.
근데 안 물어보더라고. 이제 그 손톱을 안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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