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청춘 시절 · 45화
2026-10-19
첫 직함(첫 명함)을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명함이 어디 있어.
근데 있잖아, 벽에 명단이 붙어. 시다는 시다 칸에, 미싱사는 미싱사 칸에.
열여덟에 내 이름이 미싱사 칸으로 올라갔어. 박후남. 나는 그거 보려고 아침에 삼십 분 일찍 갔어. 며칠을. 아무도 없을 때 혼자 보려고.
공장 입구 벽에 종이가 붙어 있어.
큰 종이야. 거기에 이백 명 이름이 다 적혀 있어.
칸이 나뉘어 있어. 시다, 미싱사, 재단, 검사, 다림.
시다 칸이 제일 많아. 백 명 가까이.
미싱사가 육십 명쯤.
재단은 열 명도 안 돼. 재단이 제일 위야.
시다에서 미싱사로 올라가는 게 쉽지 않아.
일 년 만에 올라가는 애도 있고 삼 년이 지나도 못 올라가는 애도 있어.
반장이 정해.
나는 이 년 만에 올라갔어.
열여섯에 들어와서 열여덟에.
어떻게 배웠냐면, 몰래 배웠어.
시다한테 미싱을 안 가르쳐 줘. 가르쳐 주면 자기 자리가 위험해지니까.
그런데 최영자 반장이 가르쳐 줬어.
야근 끝나고 남아서. 이십 분씩, 삼십 분씩.
왜 나한테 가르쳐 줬는지 물어본 적이 없어.
지금도 몰라.
칠십년 사월에 명단이 바뀌었어.
아침에 들어가는데 사람들이 벽 앞에 모여 있어.
나는 뒤에서 봤어.
미싱사 칸에 박후남.
그날 나는 아무한테도 말을 안 했어. 순덕이한테도 안 했어. 걔가 나중에 알고 왜 말 안 했냐고 뭐라 했어.
그다음 날부터 삼십 분 일찍 갔어.
여섯 시 출근인데 다섯 시 반에 가.
아무도 없을 때 그 벽 앞에 서서 봤어.
박후남.
며칠을 그랬어. 한 일주일.
그러다 안 갔어. 누가 볼까 봐.
그때까지 이 년 동안 아무도 내 이름을 안 불렀어.
「저 조용한 애」, 「삼호실」, 번호.
그런데 벽에 이름이 있는 거야. 성까지 붙여서 세 글자가.
명함은 평생 못 가져 봤어.
미영분식 할 때 만들까 하다가 말았어. 분식집이 명함이 왜 필요해.
그러니까 내 첫 직함이 그 벽이야.
종이에 볼펜으로 쓴 거. 비 오면 젖고 바람 불면 떨어지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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