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이름은 후남 목차

2부 청춘 시절 · 47화

크림빵

2026-10-21

질문

돈이 생기면 가던 곳이 있었나요? (빵집, 극장, 시장…)

답

가리봉시장에 빵집이 있었어. 크림빵. 하나에 십 원인가 이십 원인가.

그거 사서 반으로 잘라 먹어. 셋이면 삼 등분. 크림이 가운데 몰려 있으니까 자를 때 신경전이 있어.

명자가 늘 손해를 봤는데, 걔가 손이 커서 그래. 성격이 아니라 진짜 손이 커서 크게 잘라 줘.

가리봉시장 안쪽에 빵집이 있었어.

가게라기보다 진열대야. 유리 상자에 빵을 넣어 놓고 파는 거.

단팥빵, 소보로, 크림빵.


크림빵이 제일 비쌌어.

십 원인가 이십 원인가. 지금 값으로 하면 얼마인지 모르겠어.


일요일에 국수를 먹고 나오면 가끔 그 앞에 서.

셋이 유리 상자를 들여다봐.

살 때도 있고 안 살 때도 있어. 안 살 때가 더 많아.


사면 하나야.

셋인데 하나.


그걸 어떻게 나누냐면, 손으로 뜯는 게 아니고 잘라.

명자가 늘 잘랐어. 걔가 칼 대신 젓가락으로 눌러서 세 조각을 내.


문제는 크림이 가운데 몰려 있다는 거야.

빵을 삼 등분하면 가운데 조각에 크림이 다 있어. 양쪽은 빵만 있고.

그러니까 자를 때 신경전이 있어.

말은 안 해. 근데 다들 눈으로 봐.


명자는 늘 가운데를 남한테 줬어.

자기가 자르니까 자기가 가운데를 가질 수도 있는데 안 그래.

한 번도 안 그랬어.


나는 그게 명자 성격인 줄 알았어. 착해서 그러는 줄 알았지. 나중에 알았는데 그게 아니야.

걔는 손이 커.

진짜로 손이 커서 크게 잘라. 자기가 가운데를 가지려고 해도 손이 큰 대로 잘라 버리니까 안 되는 거야.


한번은 순덕이가 그걸 지적했어.

"니는 왜 맨날 손해를 보냐."

명자가 그러더라고.

"내가 언제."

정말 몰랐던 거야.


나는 그 크림빵을 육십 년 뒤에도 기억해.

지금은 빵집이 어디에나 있어. 하윤이가 사 오는 빵은 하나에 사천 원 오천 원 해.

맛있어. 그때 것보다 훨씬 맛있어.


근데 크림이 가운데 몰려 있지 않더라고.

요즘 빵은 크림이 골고루 들어 있어.

그러니까 나눌 때 신경전이 없어.

좋은 건데 좀 심심해.

당신의 하루도 이렇게 남습니다

질문에 말로 답하시면 그것이 한 권의 책이 됩니다.

내 이야기 시작하기

← 내 이름은 후남 목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