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청춘 시절 · 48화
2026-10-22
편지를 주고받던 기억이 있나요? 누구와, 어떤 내용이었어요?
어머니한테 부쳤지. 어머니는 글을 모르니까 이장이 읽어 주고 이장이 대신 써 주고.
그러니까 무슨 말을 쓰겠어. 몸 성히 계시라, 돈 부쳤다, 그거만 써.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못 써. 남이 읽으니까.
…그 사람하고도 편지가 몇 장 있었는데, 시집갈 때 태웠어. 아궁이에다. 태우면서 별생각이 없더라고. 그게 좀 이상했어.
편지를 한 달에 한 번 부쳤어.
월급 부칠 때 같이.
어머니는 글을 모르셔.
그러니까 편지가 오면 이장한테 가지고 가셔. 이장이 마루에 앉아서 읽어 줘.
동네 사람들이 옆에 있을 때도 있어.
그걸 아니까 나는 쓸 말이 없어.
「몸 성히 계세요.」
「돈 부쳤어요.」
「성호 공부 잘하나요.」
그게 다야.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못 써.
배가 고프다는 말, 손을 다쳤다는 말, 야학에 못 간다는 말.
쓰면 이장이 읽고 동네가 다 알아.
그리고 어머니가 걱정하시지. 걱정해 봐야 아무것도 못 하시는데.
답장도 이장이 써.
어머니가 말씀하시면 이장이 받아 적는 거야.
그러니까 답장도 똑같아.
「몸 성히 있어라.」
「돈 잘 받았다.」
한 번은 답장이 길게 왔어. 이장 글씨로 열 줄쯤. 성호 얘기, 밭 얘기, 옆집 얘기. 그런데 그 안에 어머니 말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더라고.
칠이년에 딱 한 번, 다섯 자짜리 편지가 왔어.
「후남아 고맙다」
그것만 있어. 다른 말이 없어.
이장이 그것만 쓰고 말았나 봐. 어머니가 그 말만 하셨거나.
그게 제일 좋았어.
윤기태 씨하고는 편지랄 게 없어.
숙제 공책에 적어 준 말들이야.
「이 부분 다시 써 보세요.」
「지난번보다 나아졌어요.」
그걸 내가 찢어서 모았어.
여덟 장인가 열 장인가.
칠사년 사월에 시집을 갔어.
가기 전날 밤에 그걸 꺼냈어.
읽었냐고? 안 읽었어. 그냥 손에 들고 있다가 아궁이에 넣었어.
타면서 별생각이 없더라고.
슬프지도 않고 아쉽지도 않고.
그게 좀 이상했어. 삼 년을 갖고 있던 건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 이미 다 끝나 있었던 거야.
태우는 건 그냥 정리야. 마음은 벌써 정리가 돼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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