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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어린 시절 · 7화

언니 건 니 해라

2026-09-11

질문

기억나는 어린 날의 명절 풍경을 들려주세요.

답

설날에 아버지가 세뱃돈을 주는데, 오빠… 아니 동생 성호한테는 오십 원, 우리 딸들한테는 십 원. 넷이 다 십 원.

큰언니가 그걸 받아서 내 손에 쥐여 주더라고, 언니 건 니 해라 하고.

나는 그게 더 서러웠어. 왜 서러웠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어.

설날 아침에는 순서가 있었어.

큰언니가 먼저 절하고, 둘째, 셋째, 나, 마지막에 성호. 성호가 제일 어린데 마지막인 건 벌이 아니고 상이었어. 아버지가 그때 제일 오래 웃으시거든.

육삼년 설에 내가 열한 살이었어.

아버지가 두루마기 안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셨어. 지폐가 아니고 동전이야. 손바닥에 놓고 세시는데 소리가 나.

"옥남이 십 원."
"정남이 십 원."
"말남이 십 원."
"후남이 십 원."

그러고 마지막에 성호 앞에서 손을 멈추셨어.

"성호는 오십 원."

성호는 여섯 살이라 오십 원이 십 원보다 많은 걸 몰라. 그냥 받아서 아버지 무릎에 앉았어. 아버지가 성호 머리를 쓸어 주시더라고.

방 안에 아무도 아무 말을 안 했어. 어머니는 부엌에 계셨고.


그날 낮에 큰언니가 나를 뒤꼍으로 불렀어.

언니가 스물한 살이었어. 그해 봄에 시집가기로 되어 있었고. 나한테는 언니라기보다 작은어머니 같은 사람이었지.

손을 펴서 십 원을 내밀더라고.

"언니 건 니 해라."

나는 안 받았어.

"왜."

"…그냥."

언니가 내 손을 잡아서 억지로 펴고 그 안에 동전을 넣었어. 그러고 손가락을 접어 줬어.

"울지 마라."

나는 그때 울고 있지 않았거든. 그런데 그 말을 듣고 울었어.


지금도 그 이유를 설명 못 해.

아버지가 십 원 주신 것에는 안 울었어. 성호가 오십 원 받은 것에도 안 울었고. 그건 원래 그런 거였으니까. 그 집에서 딸은 십 원이고 아들은 오십 원이고, 그게 하늘이 정한 것처럼 되어 있었어.

언니가 자기 몫을 준 그 순간에 울었어.

아마 그때 알았나 봐. 우리는 넷이서 같은 십 원을 받은 사이가 아니라, 서로한테 십 원을 나눠 주면서 살아야 하는 사이라는 걸.

큰언니는 그해 사월에 대전으로 갔어. 지금 여든넷이고 요양원에 있어. 내가 가면 알아볼 때도 있고 못 알아볼 때도 있고.

그 십 원으로 뭘 샀는지는 기억이 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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