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이름은 후남 목차

1부 어린 시절 · 8화

엄니는 안 먹어

2026-09-12

질문

어릴 적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은 무엇인가요?

답

개떡. 밀가루에 사카린 넣어서 쪄낸 거. 지금 먹으면 못 먹을 거야. 근데 그때는 그게 그렇게 달았어.

어머니가 솥뚜껑 열면 김이 확 오르는데, 다섯이 손을 다 뻗어.

어머니는 그거 안 드셨어. 나는 어릴 때 어머니가 개떡을 싫어하는 줄 알았어.

개떡은 봄에 만들어.

쌀 떨어지고 보리는 아직 안 여문 때, 그러니까 삼사월이야. 밀가루를 물에 개어서 사카린 넣고 손바닥으로 눌러 솥에 얹어. 사카린은 설탕이 아니고 설탕보다 훨씬 싸. 혀에 닿으면 달다가 끝에 쓴맛이 남아.

솥뚜껑 열리는 순간이 하루 중에 제일 좋았어.

김이 확 올라. 부엌이 잠깐 하얘져. 그러면 문지방에 앉아 있던 다섯이 동시에 손을 뻗어. 어머니가 "뜨거워, 뜨거워" 하면서 손을 쳐 내시는데 아무도 안 물러나.

나는 늘 두 개를 집었어. 하나는 먹고 하나는 치마에 감춰 뒀다가 저녁에 먹고.


어머니는 안 드셨어.

옆에 앉아서 다섯이 먹는 걸 보셨어. 다 먹고 나면 솥을 씻으시고. 내가 언젠가 여쭤봤어.

"엄니는 안 먹어?"

"나는 싫어."

"왜 싫어?"

"달어서."

나는 그 말을 믿었어. 어른들은 단것을 안 좋아하는 줄 알았지. 실제로 아버지도 안 드셨거든.


그게 거짓말이었다는 걸 안 건 스물세 살 때야.

미영이 낳고 문래동 셋방에서 애를 키우는데, 그해 봄에 돈이 없어서 밀가루로 수제비를 끓였어. 냄비가 작아서 두 사람 몫이 안 나와. 그이가 밤일 하고 들어와 앉았는데 나는 내 그릇을 안 폈어.

"당신 건?"

"나 먹었어."

그 말이 입에서 나오는데 아무 힘도 안 들더라고. 너무 자연스러워서 내가 놀랐어.

그러고 나서 어머니 생각이 났어. 봄마다 부엌에 앉아서 다섯이 먹는 걸 보시던 사람. 그 사람은 개떡을 싫어한 게 아니었어.


이천오년에 어머니가 병원에 계실 때 내가 죽을 사서 갔어.

정신이 왔다 갔다 하시는데 그날은 맑으셨어. 죽을 조금 뜨시더니 안 드시겠대.

"엄니, 좀 잡숴."

"싫어."

"왜."

"…달어."

나는 숟가락을 든 채로 한참 있었어.

팥죽이었어. 달았어. 그리고 그때는 정말로 못 드셨던 것뿐이야.

그런데 나는 그 「싫어」라는 말을 사십 년 만에 다시 들으면서, 봄마다 부엌에 앉아 계시던 사람이 무슨 마음이었는지를 그제야 다 알았어.

← 내 이름은 후남 목차로